단군 이래 최고가 찍은 한우
컨텐츠 정보
- 1,529 조회
- 5 추천
- 목록
본문
한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 21일 도매 가격이 ㎏당 2만906원까지 올라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에서 방문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우 도매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22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우 지육(뼈를 뺀 소고기) 도매가는 ㎏당 2만906원을 기록했다. 1995년 물가 통계용 조사를 시작한 뒤 가장 높은 가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소고기 가격이 최고가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며 “‘단군 이래 가장 비싼 한우’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한우는 선물 수요가 많은 설 추석 등 명절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5월은 육류 소비 비수기로 꼽힌다. 올해 들어 이런 공식이 깨지고 있다. 지난해 ㎏당 1만7000~1만8000원대를 유지하던 한우 도매가는 올 들어 1만9000~2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감소다. 올 1분기 도축된 한우는 18만8174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4000마리 이상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한우 등급제를 개편하면서 ‘1++’ 등급 평가 기준을 완화하자 농가들이 이 등급을 받기 위해 소 도축 시기를 늦추고 있다. 도축 시기를 늦추며 고기에 마블링을 더 넣는 등의 작업을 한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외부 요인도 있다. 국내 수입 소고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산 소고기에 수급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2주 전부터 국내 도매 시장이 출렁였다. 미국 내 소고기 도매가는 공급 감소로 최근 5개월 새 2.5배 상승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한우 소비를 부추겼다. ‘공돈’이 생기자 평소 비싼 식재료로 꼽히는 한우를 맛보려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고교 3학년부터 등교개학이 시작되며 급식 수요가 되살아난 것도 한우값을 끌어올렸다.
돼지고기 가격도 오름세다. 21일 돼지고기 도매가는 ㎏당 5257원으로 올 들어 가장 비쌌다. 1월 3200원대를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5개월 새 64% 상승했다.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 유행하면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반짝 상승했던 2018년 7월 가격(6016원)에 육박하고 있다.미국산 수입 줄어 '금값 된 한우'
갑작스런 소득에 한우 수요 급증…가격 평년보다 15%↑
한우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이다. 단군 이래 최고 가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수입물량 감소에 국내 도축물량 축소,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원, 개학 수요까지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겹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인가다. 전문가들은 “소고기 최대 수요시즌인 오는 9월 추석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폭발한 수요
“공돈 생기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제.”
7년 전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했던 대사다. 돈만 생기면 고기를 사먹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값비싼 먹거리인 소고기를 쉽게 사먹기 어려운 서민층의 애환을 담아 유행어가 됐다. 이 유행어가 요즘 다시 돌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생각지 못한 수입이 생기자 고기, 특히 한우 수요가 폭발했다.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국장은 “외식소비가 줄었지만 가정에서의 한우 소비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며 “갑자기 소득(재난지원금)이 생긴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소고기 수입도 원활하지 않아 한우 쏠림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우 등급제 개편으로 인한 한우값 상승에 개학으로 인한 수요 증가 기대도 정육 가격을 끌어올린 배경이다.
22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밝힌 전날 한우 지육(뼈를 뺀 소고기) 도매가는 1㎏에 2만906원. 역대 최고가였다. 돼지고기값도 올 들어 최고로 올랐다. 한우값은 원래 5월에 싸다. 추석과 설 선물 특수를 지나 가격이 떨어지는 때다. 하지만 이달 들어 설이 있던 1월의 최고 가격(2만573원)도 넘어섰다.
한우 ‘대체재’였던 미국산 수입 소고기 공급이 줄면서 도매 시장은 2주 전부터 ‘사재기 바람’이 불었다. 국내 수입 소고기 시장의 53%가량을 미국산이 차지한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며 외식 시장은 물론 가정용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다.
코로나19는 소고기 시장을 강타했다. 미국 내 육류 가공업체들이 대거 문을 닫는 ‘셧다운’에 들어가자 국내 수입량은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만600여t이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올 4월 1만9000여t으로 1600t가량 감소했다. 미국 대형마트에서 ‘1인당 3개씩 소고기 구매 제한’을 하고 있어 올 하반기에도 수입이 정상화될지 미지수다.
한 수입 소고기 도매상인은 “미국산 목심 1㎏이 최근 한 달 새 9000원에서 1만4000원대로 올랐다”며 “미국 현지에서 다음달 수출용 정육 공급가격을 평소보다 30% 높여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등급제 개편, 재난지원금도 영향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말 개편한 한우 등급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등급 판정 때 사용하는 ‘마블링(근내지방도)’ 기준을 완화해 지방함량 17% 이상만 받을 수 있던 1++ 등급을 15.6% 이상만 되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반면 1+ 등급 판정의 폭은 13~17%에서 12.3~15.6%로 좁아졌다. 시장에서 자주 거래되는 1+와 1등급 정육 수가 줄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1++ 비중이 늘었다. 이 때문에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1++는 비싸서 엄두도 못 낸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마블링을 높이기 위해 도축시기를 늦추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등급제 보완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한우 소비를 끌어올린 기폭제가 됐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국산 정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했다. 전주(4~12일)와 비교해도 8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형철 돈마루 영업팀장은 “사태, 앞다리, 양지 등 국거리에 사용되는 정육보다 등심과 안심 등 구이용에 쓰는 부위육이 집중적으로 팔리고 있다”며 “일상적인 소비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등교개학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남아돌았던 급식용 식자재 소비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